내가 얘기해줄게, 너 살인범 아니라고.
돈도 권력도 없이 빚만 잔뜩 가진 속물 변호사와 10년을 살인자로 살아야 했던 청년이 진실을 찾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과정을 담은 영화 재심이다. 2000년 8월 10일 새벽, 전라북도 익산 약촌 오거리. 배달 오토바이를 몰며 엄마와 통화를 하던 현우는 약촌 오거리 한가운데에서 한 남자가 서 있는 것을 피하려다 넘어지는 사고를 당한다. 그런데 그시간, 그곳에 택시기사가 수차례 칼에 찔려 살해당하는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주변을 탐문하던 경찰은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현우의 진술을 받게 된다. 범인이 도망가는 것을 목격했다던 그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16세 소년 현우(강하늘). 조사 과정에서 형사 철기는 일방적으로 현우를 의심하며 범인으로 몰아세우고 현우의 오토바이 상자 안에 있던 작은 과도를 찾아 그를 범인으로 단정 지어 버린다. 경찰의 강압적인 수사와 증거조작으로 현우는 3일 뒤 용의자가 된다. 16살의 어리고 약한 소년을 경찰은 정확한 단서 하나 없이 모텔과 경찰서로 데려가 고문과 폭행을 휘둘러 거짓 진술서를 쓰게 한다. 무고한 피의자로 몰려 범인이 된 현우는 15년을 선고 받게 되고 죄를 인정하면 감형된다는 변호사의 말에 죄를 인정하고 10년을 억울하게 살고 나온다. 억울한 감옥살이를 해야했던 현우는 10년이 지난 후 변해버린 세상 밖으로 겨우 돌아왔지만 현우에게 남겨진 것은 살인자라는 누명과 보상금과 관련한 공단의 구상권 청구 뿐이다. 근로복지공단은 현우에게 택시 기사에게 지급했던 산재 보험금 4천만원에 대한 구상금에 이자를 붙여 1억 7천만원을 청구하여 전과자의 신분으로 현우는 빚까지 지게된다. 만약 돈을 갚지 못하면 다시 감옥에 가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인다. 한편, 지방대 출신 변호사 준영(정우)은 인생 목표가 돈인 속물 변호사이다. 대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큰 수임료를 얻고자 했으나 재판이 패소하여 소송비용을 떠안게 된다. 준영은 취직을 위해 여기저기 전화를 하다 연수원 동기 변호사(이동휘)에게 일자리를 부탁해 법무법인 테미스에 가까스로 입사한다. 준영은 로펌 대표(이경영)이 시킨 무료 변론 봉사를 하게 되고 어느 어촌마을에서 현우의 엄마를 만나게 되어 현우의 사건을 알게된다. 준영은 명예를 얻기에 좋은 기회의 사건이라고 직감하며 현우의 사건을 맡아야 겠다고 결심한다. 그러나 현우는 가진자들을 위한 법이라며 준영을 불신하는데 그런 현우를 어렵게 설득해 그는 재심을 청구한다. 준영은 경찰의 수사가 부실했다는 증거를 찾아내지만 현우가 살인범이 아니라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한다. 물증도 증거도 없다. 실화라 더 충격적인 영화 재심이다.
진실을 찾을 마지막 기회, 재심
영화 재심은 10년의 억울한 옥살이를 통해 세상에 불신으로 가득한 현우가 변호사 준영을 만나며 희망을 얻는 모습, 그리고 돈과 명예를 쫓는 변호사 준영이 현우를 만나며 잃어버렸던 ‘정의’감을 찾는 모습 이러한 감정 변화를 보여주는 정우와 강하늘 두 배우에 대한 연기에 집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김태윤 감독은 “정우의 연기를 보면 너무 자연스러워서 어떤 준비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알고 보면 연기에 대해 가장 고심하는 흔적이 돋보이는 배우” 라며 그를 칭찬했고, 배우 강하늘을 두고는 “연기 자판기라고 할 정도로 본인이 어떤 연기를 해야 할지 정말 잘 알고 있고, 그것을 온전히 표현해내는 배우”라고 평가했다. 김태윤 감독은 영화에 대해선 “단지 실화 소재이기 때문에 문제작처럼 비춰지는 영화가 아닌, 관객들이 몰입하고 흥미롭게 볼 수 있는 구성과 스토리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일명 약촌오거리 사건. 재심으로 결국 무죄 판결이 났지만, 꽃다운 10대의 시간을 잃게 된 현우. 법과 정의에 대한 생각돈과 명예를 쫓았지만 현우를 통해 초심을 찾게 된 변호사 준영. 현우의 10대 시절은 누가 보상해줄 것이며 정말 정의는 있는것인가. 법은 경찰은 검찰은 과연 누구의 편인 것일까. 경찰과 검찰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한 남자의 인생이 무너졌다. 억울한 누명을 쓴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만 하는 이런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순 없지만, 다시는 현우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