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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도 The Throne.2015

by 하이오로라 2024. 1. 23.

내가 바란 것은 아버지의 따뜻한 눈길 한 번, 다정한 말 한 마디였소.

이준익 감독의 2015년 개봉영화 사도는 2015년 36회 청룡영화상을 시작으로 35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10회 아시아 필름 어워즈, 21회 춘사국제영화제 각본상, 47회 인도국제영화제(심사위원특별상), 52회 백상예술대상(영화 대상) 등 많은 상을 받은 영화이다. 주로 역사적 내용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꽤 많이 만들어 평점도 좋고 팬이 많은 감독이다. 송강호는 영조 역할로 강인한 아버지의 모습과 왕위를 뺏기지 않으려는 독한 집념을 연기했고, 유아인은 세조역할로 아버지의 마음에 들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지만 아버지인 영조는 늘 경멸하거나 무시하는 듯한 발언만을 한다. 그래서 세조는 늘 아버지의 정을 그리워 했다. 18세기 조선. 임오화변으로 알려진, 역사 속 가장 비극적인 가족사로 불리는 사도세자와 그의 아버지 영조의 이야기. 아버지의 따뜻한 정을 그리워 하던 사도 세자, 아버지의 명에 따라 8일동안 뒤주에 갇힌 채 점점 의식을 읽어가는 시간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역사의 기록처럼 사도세자의 방탕한 생활로 아버지와의 관계가 흐트러진것인지. 왕권을 지키기 위한 아버지의 권력욕과 완벽주의함이 문제인 것인지. 비정한 아버지인 것인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인지. “자결하라...” 아버지가 아들에게 한 말이라고 하기엔 그 속 뜻에 의문이 간다. 영화 사도는 끊임없이 질문한다.

정통성 논란에 평생 시달린 왕, 아버지 영조 

조선의 19대 왕 숙종은 20대 왕 경종과 21대 왕 영조의 아버지이다. 숙종이 장희빈과의 사이에서 낳은 경종은 소론의 지지를 받았고, 숙종이 숙빈 최씨와의 사이에서 낳은 영조는 노론의 지지를 받았다. 서인이 소론과 노론으로 분화되서 대립하는 이 시기에 숙종은 환국이란 방법으로 두 세력을 갈아 치우고 왕권을 강화했다. 숙종은 경종을 3살에 세자로 임명했지만 장희빈을 내친 이후 어머니가 죽자 연산군처럼 될까 걱정한 경종이 세자를 폐하고 영조로 교체하려 했으나 사망한다. 위태로운 세자의 자리를 경종은 30년동안 지켰는데 노론은 아들이 없다는 이유로 경종을 무시하고 이복동생 영조를 왕으로 지지하지만 경종은 노론을 경계하고 왕실의 보존을 위해 영조를 보호한다. 영조는 조선 21대 왕으로 무수리 출신 숙빈 최씨와 숙종사이의 아들이다. 사도는 영조가 42세에 태어난 늦둥이 아들인 것이다. 재위기간 내내 왕위계승 정통성 논란에 시달린 영조는 학문과 예법에 있어 완벽한 왕이 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인다. 뒤늦게 얻은 귀한 아들 세자만은 모두에게 인정받는 왕이 되길 바랐지만 기대와 달리 어긋나는 세자에게 실망하게 된다. 어린 시절 남다른 총명함으로 기쁨이 된 아들 아버지 영조와 달리 예술과 무예에 뛰어나고 자유분방한 기질을 지닌 사도는 영조의 바람대로 완벽한 세자가 되고 싶었지만 자신의 진심을 몰라주고 다그치기만 하는 아버지를 점점 원망하게 된다. 왕과 세자로 만나 아버지와 아들의 연을 잇지 못한 운명,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가족사가 시작된다. 

 

“언제부터 나를 세자로 생각하고, 또 자식으로 생각했소!” 

늦게 얻은 아들 이선에게 아버지 영조는 세자에 대한 기대가 무척 높았다. 돌이 지나자 마자 세자 책봉을 하는 바람에 이선은 엄마 영빈 이씨와 떨어져 지내게 되어 엄마의 사랑도 받지 못한채 10살에 세자빈을 들이게 된다. 엄마의 사랑이 충분하지 않아서였을까. 세자는 어려서부터 정말 영특하였지만 점점 글공부도 하지 않았고, 어긋나게 되었는데 그런 세자가 마음에 들지 않아 영조는 모진 질책만을 한다. 세자는 결국 병을 얻게 되고 대리청정 첫 날부터 시작된 영조와 사도세자의 갈등. 마음의 상처가 깊어만 가는 세자는 아무옷이나 입지 못하는 의대증을 앓기도 하고 신하들을 죽이기도 한다. 그사이 영조는 세자를 폐하고 세손이 영조에게 인정받아 왕위를 물려주려 했다. 영조는 나라는 잘 다스렸을지 몰라도 자식교육은 엉망인 왕이다. 자신의 콤플렉스인 출신문제로 자식에게 더 엄격했고 그 엄격함으로 아들인 사도세자를 미쳐버리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영조입장에서는 미쳐버린 세자에게 왕위를 물려줄 수 없어 했어야만 할 선택이지만 아들 입장에서는 아버지의 따뜻한 사랑만이 필요했을 테니까 둘의 마음이 이해되어 더욱 가슴 아프다. 부모에게 학대를 당한 아이는 과연 건강한 마음으로 자랄수 있었을까 몸도 마음도 병들어 버린 사도 세자가 다혈질인 아버지의 마음을 풀고자 석고대죄도 해보고 하소연도 해보지만 독한 영조는 폭언만 쏟을 뿐이다.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으로 결국 사도 세자는 아버지를 죽일 마음까지 품지만 자신의 아들 세손이 영조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과 세손이 태어날 때 그린 청룡 그림의 부채를 보고 자신의 처지를 깨달으며 죽음을 맞이한다. 너무나 안타까운 비극의 역사이다.